윔블던은 왜 윔블던인지, 그 특별함을 경험하며 느낀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전통과 가치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출국 전엔 그저 '그랜드슬램 중 하나겠지' 하고, 윔블던을 한 번쯤은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길을 나섰다. 주변에서는 굳이 한국 선수도 없는 곳에 왜 가냐며, 게다가 나이와 건강도 생각하고 가정도 지켜야 하지 않냐고 만류했다. 하지만 결국 인천에서 출발해 호치민을 경유하여 런던, 그리고 윔블던에 도착했다.
하지만 윔블던 경기장은 마치 최고급의 테니스장만 모아놓은 듯 고급스러웠다. 녹색 잔디와 통일된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표지판, 의자, 진행요원의 복장까지 모두 녹색으로 꾸며졌고, 이는 잔디를 연상시키는 윔블던만의 아이덴티티로 느껴졌다. 프랑스오픈의 붉은 황토색과는 대조적이었다.
첫날부터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선수들, 기자들, 관중들이 통로에서 뒤섞여 이동하는 약간 불편한 환경이었지만, 눈의 피로가 덜한 녹색 덕분인지 오히려 안정감을 느꼈다. 기자로서 테니스 세계에 대해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은 마치 초등학교 1학년 아이처럼 무엇이든 호기심으로 물어보고 깨달아가는 여정이었다.
심지어 지나가던 심판에게 18번 코트가 어디 있는지 물었더니 직접 데려다주는 친절함마저 경험했다. 질문 한 마디만 던져도 정확하고 억양 있는 영국식 영어가 쏟아지니 귀가 열리고, 리스닝 훈련엔 안성맞춤이었다. 오히려 길거리 곳곳이 생생한 스피킹 교실이 된 듯했다.
그동안 해외 취재를 나갈 때면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다가도 늘 한국으로 돌아오는 순간 그 다짐은 사라졌다. 브로큰 잉글리시로도 어떻게든 원하는 것을 이루는 데 큰 문제없다는 현실적인 위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니스 기자로서 국제적 감각을 유지하려면 영어와 불어를 포함한 다방면의 스킬이 필수였다. 글 쓰고 사진 찍고, SNS와 온라인 플랫폼 활용까지 익숙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실시간으로 기사를 쓰고 사진을 업로드해야 하는 디지털 환경은 기자로서 새로운 도전과 고달픔을 동시에 안겨줬다.
"윔블던은 왜 윔블던인가?"
1. 윔블던의 심판진 구성은 참으로 독특하다.
연배가 높은 심판들이 다수 포진해 있으며, 몇몇 분들은 이미 수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들이다. 걷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그들 중 일부는 선글라스를 쓴 채 코트 안 판정에 나선다. 그들의 풍부한 경험은 대회의 중요한 자산으로 소중히 다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70대 정도로 보이는 라인 엄파이어들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젊은 한 심판에게 이런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니, 그는 “문제없다”는 여유로운 답변을 하며 자신도 70대까지 윔블던 심판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2. 윔블던 대회에서 매일 발행하는 데일리 리포트는 작지만 의미 있는 기록물이다.
롤랑 가로스는 16면 타블로이드판의 신문 형식으로, 호주오픈과 US오픈은 8페이지의 180그램 미색 모조지에 담긴 형태로 이를 제작한다. 이 작은 책자들은 매일 제공되며, 모아두기만 해도 한 권의 책 같은 느낌을 준다.
기자들과 진행하는 업무는 철저하게 기록과 서류 중심이다. 로얄메일을 통해 몇 번 서류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윔블던 내에서는 이메일이 더 자주 활용됐다. 필요한 경우에만 실제 우편을 사용하는 이 체계는 철저히 문서를 우선시하는 외국 사회의 특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3. 윔블던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롤렉스, 에비앙, 라바자, IBM, 슬레진저와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빛나는 후원사들의 로고가 코트를 도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폰서 글자를 찾는 일은 오히려 힘들 정도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대형 스크린 TV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1번 코트 복도에 몇 대 배치된 것이 전부다. 머레이 힐로 불리는 아오랑이 테라스에 대형 멀티 비전 몇 대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후원사의 로고를 최소화하려는 태도 역시 윔블던의 오랜 전통이다.
윔블던은 과도한 상업화를 경계하며, 스폰서에 의존하지 않는 운영 철학을 고수해왔다. 대회 비용은 5년마다 발행하는 채권으로 조달되며, 이는 재정 측면에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4. 방송은 윔블던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 세계 방송국에 중계권을 판매함으로써 대회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동시에 채권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전략이 잘 드러난다. 이미 인쇄 매체가 점점 퇴조하고 방송 중심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인식한 윔블던은 급속도로 방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윔블던의 14개 코트 중 쇼코트 6곳에만 방송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롤랑 가로스가 모든 코트에 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롤랑 가로스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방송 품질이 뛰어나며 카메라 수도 압도적으로 많다.
윔블던은 경기 외에도 로열 박스의 귀빈들, 관중들의 반응, 그리고 아오랑이 테라스의 분위기를 보이며 특유의 연출을 강조하지만, 전체를 드러내지 않고 긍정적인 부분만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다.
'정보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니스 손목 통증 예방 꿀팁! (2) | 2025.05.27 |
---|---|
테니스 백핸드 한손과 양손 차이와 특징은?? (0) | 2025.05.26 |
테니스 복식 경기 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0) | 2025.05.24 |
왜 다들 위대한 선수를 무서워 하는가? (0) | 2023.09.29 |
스테피를 비난하다. (0) | 2023.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