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글

미국에서 대학농구가 인기 많은 이유

by 렌고쿠S2 2025. 6. 5.
반응형

미국-대학-농구
미국 대학 농구 대진표

✅ 미국의 3월 광란 

3월 말, 미국은 또다시 '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열기를 더했다. 이 시기는 매년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약 3주간 이어지는 대규모 미국 대학농구 토너먼트 기간으로, 그 열정과 흥분을 설명하기엔 이름 그대로 광란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다.

 

미국인들이 이 시기 대학 농구에 쏟는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졸업한 대학의 농구팀이나 고향의 대학 팀에 애정을 쏟으며 소소한 내기를 즐기고, 자신이 예측한 우승 팀에 대해 얘기 나누는 모습이 미국 직장의 점심시간을 장식한다. 심지어 업무 이메일조차 농구 얘기를 피할 수 없다. 응원 팀의 승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거나, 경쟁 팀의 패배를 가볍게 놀리는 등의 유쾌한 설전도 벌어진다. 이 시기에는 농구가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로 다가와 전국적인 문화 축제로 자리 잡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실 복도에서도 이러한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직접 손으로 만든 토너먼트 대진표가 공유되고, 개인 연구실 문마다 각자의 브래킷이 붙어 있다. 농구 팬으로 잘 알려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단 웹사이트에 매년 예측 대진표를 공개해 화제를 모으곤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진표를 만들어보았냐는 질문에 “아직 안 했지만, 벌써 했어야 했다”라고 답하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쯤 되면 미국에서 이 기간을 광란이라 부르는 이유는 자명하다.

 

하지만 3월의 광란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경기가 흥미롭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시기, 농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미국만의 독특한 문화적 가치와 흥미로운 사회적 맥락들이 담겨 있다. 이 토너먼트는 철저하게 실력을 기반으로 승부를 겨루며 짧은 기간 동안 희비가 엇갈린다. 이러한 승부 구조는 미국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즉 노력을 통한 성취와 승리를 강조하는 문화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경기 속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을 구현하는 듯한 스토리가 빈번히 등장한다. 설령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어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은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을 믿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토너먼트에서 벌어지는 유명 대학에 맞선 무명의 팀들이 어엿하게 큰 활약을 보여주는 신데렐라 스토리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작은 대학이 엘리트 대학을 꺾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가 바로 여기서 빛난다.

✅ 대학농구는 정체성 확인 이벤트!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바로 '정체성(identity)'에 대한 문제다. 단일 민족 국가인 한국과 달리,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재정의하는 과정이 일상적이다. 한인 이민자의 자녀들이 자신을 한국인으로 봐야 할지 미국인인 것으로 인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듯, 많은 미국인의 정체성은 유동적이다.

 

이들에게 대학은 정체성을 단단히 붙잡아주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각 지역의 오래된 대학들은 단순히 교육기관을 넘어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며, 한 가족 내에서 세대 간 이어지는 연속성을 제공한다. 또한 지역별 특성이 뚜렷한 대학들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성과 아이덴티티를 뚜렷이 인식할 수 있게 돕는다. 이런 점에서 3월의 광란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반응형